김상훈의 낡은 수첩

적요(寂寥)와 섹스

시인 김상훈 2009. 10. 13. 03:54

 

 

갈바람 소리 가득한 방파제 한쪽에

목선 하나가 가로등 불빛에 졸고 있다.

마치 정(靜)과 동(動)이 자웅을 겨루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나는

심하게 적요를 느끼면서 왜 섹스 생각이 났을까.

 

맨 꼭대기 층에서 내려다보는 밤바다는

희미한 전등 아래 알몸으로 뒹구는 남녀 같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소리는 들리지 않게,

그러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파도소리가

깊은 적요를 깨고 맨살 부딪히는 소리로 들린다.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이렇듯 계절이 바뀔 때면

자연의 어느 한 귀퉁이는 석별의 정념을 불태우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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