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먼지 톨

시인 김상훈 2009. 9. 12. 06:03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이면

창틈에 쌓인 먼지는 시나브로 빛이 난다.

 

그것은 마치

따사로운 햇살에 금색 테를 두루 듯

등허리에서 빛을 발하는 노랑 병아리의 솜털 같기도 하고

창호지에 은은하게 배이는 호롱불 빛 같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는 빛의 반사 현상이겠지만

나는 먼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발광(發光)이 아니라

발아(發芽)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여는 발아(發芽),

나는 반평생을 먼지 톨의 발아(發芽)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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