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밝아오는 아침이면
창틈에 쌓인 먼지는 시나브로 빛이 난다.
그것은 마치
따사로운 햇살에 금색 테를 두루 듯
등허리에서 빛을 발하는 노랑 병아리의 솜털 같기도 하고
창호지에 은은하게 배이는 호롱불 빛 같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는 빛의 반사 현상이겠지만
나는 먼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발광(發光)이 아니라
발아(發芽)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여는 발아(發芽),
나는 반평생을 먼지 톨의 발아(發芽)를 보았다.
'김상훈의 낡은 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친 배려와 지나친 믿음 (0) | 2009.10.13 |
---|---|
정녕 (0) | 2009.09.17 |
변검(變臉) (0) | 2009.08.15 |
심오(深澳) (0) | 2009.07.27 |
나의 애마, 로시난테 씨에로 (0) | 2009.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