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비밀

시인 김상훈 2009. 7. 5. 06:46

 

 

누군가에게

비밀이라는 것을 전달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너니까, 너한테만이라는 지칭과

영원히 발설하지 말라는 당부의 의미로

꼭, 혹은 절대라는 부사를 사용한다.

 

그러나 너에게만, 너니까 라는 순간

그 비밀스러움은 무장해제가 되어

대체로 곧 처녀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나는 꼭, 절대라는 말 대신

당분간이라는 말로 대신하는데

비밀이 안고 있는 은밀한 의미는 곧 사라지고

조만간 개나 소나 다 아는 소문으로 변질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면 더럽기는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이 과연 입이 가벼운가 무거운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더러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입이 무거운 사람을 본다.

그것은 입술 두께, 몸무게와 전혀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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