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은
<전원교향곡>을 듣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ㅡ 클로드 드뷔시ㅡ
한 때 아침 형 인간이 되려고 무척 발버둥을 치던 기억이 난다.
파라독스 모음집 가운데 유독 이글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양심의 가책 따위보다는 음양오행설을 믿는 탓이 더 크다.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 밤은 어떤 세계일까라는 궁금증 때문에
파출소에 여러 번 끌려간 적이 있었는데
낮의 세계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한밤중에 내린 폭설로
온누리가 하얀 솜털을 덮어쓰고 있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벌써 야행성 기질을 발휘하고 있었던 듯싶다.
그리고 깨달았다.
낮을 알려면 밤을 알아야 하고
밤을 알려면 낮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의 바보는 앉아 있는 열 명의 인텔리와 맞먹는다. ㅡ 자크 오디베르티 ㅡ 나는 오늘도 밤을 지새우는 한 사람의 바보다. 그래야 낮에 누군가 즐거울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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