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싱코페이션(syncopation)

시인 김상훈 2009. 2. 16. 05:27

 

 

솔직히 나는 詩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냥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좆도 모른다. 한 잔 술의 의미도 모르는 내가 어찌 人生을 안단 말인가, 라던 知山처럼 평생 연극에 몸담고 있어도 아직도 연극이 안개처럼 느껴지듯이 나에게 있어서 문학은 늘 신기루 같은 존재다. 그래서 박자와 음정을 고루 갖추지 않고 제멋대로 싱코페이션을 구사한다. 헌데, 가끔 무엇에 접신이 되는지 오감(五感) 보태기 육감을 뛰어넘어 초 감각의 정신세계가 열리곤 한다. 그것은 내 가슴 밑바닥에 응어리진 삶의 질곡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거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자아와 초자아의 부대낌이거나, 과거에는 도무지 열리지 않았던 감성서랍이 늦게나마 해제되면서 우습게도 미래보다는 현재를, 현재보다는 과거를 반추하는 의식이 대부분인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나 스스로 자위할 수 있는 건 무언가 끄적인다는 것에 내 본질을 두고 싶다.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유명한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끊임없이 끄적인다는 것. 어쩌면 본능 속에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나는 또 하나의 초 감각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서투르고 투박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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