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하루

시인 김상훈 2009. 2. 13. 04:00

 

 

하루는 촘촘한 돗자리 씨 올 같은데

더러는 촘촘하지 못했으므로

수많은 하루를 잊었거나 죽이기도 하였으리라

 

하루는 아픈 몽우리 품고 치르는 초경 같은데

더러는 증상을 못 느꼈으므로

세상 누구든 아픔이 없는 것으로 여겼으리라

 

하루는 하루라는 낱알이 모여 책 한 권이 될 터인데

더러는 그럴듯한 기록이 없었으므로

내 전기(傳記)에는 삭제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오, 지나간 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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