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꽃비가 내렸었다.
웃음이, 기쁜 웃음이 아니라서
슬픔을 감춘 가슴은 더욱 저리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물기 배인 눈으로는
차마
그를 배웅할 수 없었다.
올려다본 하늘엔 하늘이 있었다.
올려다볼 때
삼키던 슬픔이 자꾸 목에 걸려
그 쉬운, 그 진부한
잘 가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대여
한세월 흘러
서로 조금은 잊혀진다 해도
어느 날 우리가
목로주점에서 보았던
녹슨 문고리의
단단함을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의 인연이 진정이라면
천지간 어느 모퉁이에 있다한들
다시 만나지 않으랴.
그대 있는 거기도, 지금
눈물 같은 꽃비 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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