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나는 잠들지 못했다

시인 김상훈 2007. 7. 10. 05:44
나는 잠들지 못했다.


그믐 밤 같은 술을 마시면서

보고 싶은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리자며

 

뭍으로 올라온

비늘 굵은 파도에게

술을 던져 주었다.

 

금강경보다 더 진한

술을 던져 주었다.

 

오늘은 바다가 술을

마신게 아니라

내가 바다를 삼켰다.

 

술 취한 바다와

나는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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