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것 하나 완벽한 것이 있을까마는 부모님 몸 빌어 세상과 인연한다는 것이 방랑생활과 다름없으리라.
마치 수만 뱃길 비추는 고장 난 무인등대(無人燈臺)와 같으니 내 인생의 등불 앞에 많은 인연, 많은 방황, 많은 습작물 속에 앙금처럼 쌓여서 투명한 모습들 보여줌이 돼야 하거늘, 작은 것도 여린 것도 꺼내놓지 못함은 무엇 때문인가.
하기야 여러 어른들, 여러 지기들과 술 한 잔 하고 어둠침침한 골목길을 빠져 나올 때면
" 청일先生~ 어쩌다 그 지경이 되셨소? "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손목잡음에 마음이 시쿤둥 해 져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나로구나 싶어
나와 연을 맺은 인연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인생은 확실히 내게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뱃길이다.
생각하면 차라리 바늘쌈에 목을 놓고 흰 대추나무 꽃처럼 울고나 살 것을, 아무리 달려가고 달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차라리 한 세월 지나도록 서른 즈음에 묻어나 둘 걸.
이 나이 먹도록 아직 바른 걸음으로 걸어가지 못하는 나의 개떡 같은 고집에 잘 영근 대나무 줄기처럼 휘휘 늘어지는 채찍을 가하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느 날 산행을 다녀오는 길목에 소나무 아래 흐르는 물에서 이마를 씻고 있는 달마를 보았다. 등산복차림이 아닌 그는 거지꼴에 가까웠지만 그의 모습은 이상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는 마치 인생을 알고도 남음이 넘쳐 자연의 한 귀퉁이로 귀소 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그 순간 왜 김창완의 목소리가 문득 이명처럼 들렸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