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인연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잦다. 날 선 칼을 꼬나쥔 생로병사가 다가오는 모든 것을 내치라 이를 땐 눈앞이 캄캄하다. 그럴 때 붓다의 행방이 묘연하다. 생로병사는 그 생각마저 버리라 이른다. 하여, 산허리에 걸린 물안개처럼, 비개인 뒤에 차오르는 땅 냄새처럼, 늙은 무릎을 보듬어 안고 서걱이는 갈대궁처럼, 세상의 온갖 시비를 멈추게 하는 새벽처럼, 차고 비는 것에 연연하지 않아도 차고 비는 것은 절로 이루어지나니 인연도 이와 같다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