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제발 사람 좀 살자

시인 김상훈 2008. 12. 21. 02:22

비스듬히 사선으로 두 눈을 찌르는 아침햇살이 참으로 경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날은 그 햇살의 눈부심이 싫어 이불을 당겨 얼굴에 뒤집어 쓸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아침햇살은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그렇게 빛나고 있으며 더러는 경건한 마음과 더러는 뒤집어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운명이란 그렇게 뭔가 내려 쪼이는 명령체계를 지닌 것 같다.

그리하여 아침햇살이 우리의 운명을 주관하는 어떤 힘이라고 가정한다면, 운명 역시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색깔은 확연히 달라지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명료하게 알 게 된 사실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인생에 관한 그 어떤 경우도 결론이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대신 어느 경우든 늘 해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헌데, 늘 해법은 없고 반드시 자기 말만 정답이라고 박박 우기는 족속들이 있다. 나는 연애할 때도 매우 점잖은 어조로 그들을 가리켜 "개새끼들"이라고 명명했고 요즘은 현대어로 "개쉐이들"이라 칭하고 있다. 그들은 불특정다수가 낸 세금으로 둥그런 지붕을 짓고 산다. 우습게도 그들은 회칼만 안 들었을 뿐, 그 좋은 머리로 질 나쁜 통수 싸움을 벌이며 조폭이나 다름 없는 삽질을 일삼고 산다. 물론 여의도동 1번지인 그곳에도 아침햇살은 어김없이 내리 쪼인다. 삼삼오오 떼 지어 모여 있는 그들의 돔 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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