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없인 살아도 요 담배 없이는 못살아."
담배 연기를 길게 좌악~~ 뿜으면서
요따위 말을 심심찮게 내뱉는 아내다.
하지만 신혼 때, 살살 꼬드겨
담배 맛을 알게 한 죄가 커서
나는 그저 눈만 끔뻑거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럴라 치면 괜한 헛기침 한 번 내뱉곤
나도 맞담배질이나 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 아내가 상당히 심각한 표정과
단호한 어조로 금연 제안을 해왔다.
한 번씩 고개를 쳐드는 흡연의 심각성 때문에
속으로 몇 번이고 금연을 다짐해 오던 터라
이참에 잘 됐다 싶어 일단 약속을 했다.
1. 몰래 피우기 없기.
(야행성의 표본인 나와
낮에 활동하는 아내는 서로 시간 개념이 다르다.)
2. 집에 있는 재떨이는 모두 버릴 것.
(그러 마, 하곤 사실은 하나를 꼬불쳐 뒀다.)
3. 금연의 의지가 가시적으로 확인 될 경우,
용돈을 오천 원 인상시켜 준다.
(요거이 귀중 맘에 들었다.)
4. 대신 입과 옷에서
니코틴 냄새가 날 경우, 벌금 만원을 문다.
(이 조건이 상당히 껄적지근한 대목인데
하루 용돈 만 원을 얻어 쓰는 주제에
벌금으로 만 원을 물면 얼마나 절통한 노릇인가.)
그래도 우리는
아내와 남편이라는 인격 하나만을 믿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금연, 하루 이틀이 지나고....
금단현상이 심하다는 삼일째였다.
포장마차 영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주 다급하고 당황해 하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렀다.
"하이거, 은아 아빠요~~!
마누레 다 죽소~~!! 퍼뜩 날라 오이소~~!!!"
무슨 일이냐고 물을 새도 없이
옆불때기 포차 아줌마는 겁나게 끊어버렸다.
전화기 안 부서졌나 싶었다.
불현듯, 좋지 않은 예감이 들은 나는
나으, 애마 로시난테 씨에로(15년 묵은 또옹~차)의
발굽이 타들어가도록 포장마차로 내달렸다.
얼굴에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얼굴이 온통 하애진 아내를 우선 차에 실었다.
성분도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간호사는 재빨리 아내를 침대 위에 뉘였다.
의사가 이리저리 아내의 눈을 살피고
입 안을 플래쉬로 구석구석 살필 때마다
내 목구멍에선 뭔 놈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꼴깍, 꿀까악, 꼴딱, 꼴까닥....
애타는 내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느긋하게, 칩 세컨에게 링거 한 병을 지시한 의사는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식도에 작은 이물질이 끼인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젠 괜찮은 건가요. 선생님?"
대답 대신 빙긋 웃고 돌아서는 의사를 보는 순간,
가운 채로 똥고에 잡아먹힌 그의 뒤태가
내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확실히 나는 그때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런 것이 다 눈에 들어오다니....
링거 한 병을 다 맞고
배실 배실 웃으면서 응급실을 나온
아내의 사연인 즉슨, 이랬다.
금연을 하니까 자꾸 입이 궁금해지더란다.
그래서 주전부리로 사온 것이 땅콩이었는데,
그냥 껍질이나 까먹으면 될 것을
정말 그냥 먹기가 심심해서
한 알씩 공중에 던져 놓고 받아먹다가
그만 땅콩 한 알이 목구멍에 딱, 걸렸다는 거다.
우리는 응급차가 모여 있는 어둠 컴컴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새로 산 담배 한 갑을 확 잡아 뜯곤,
나는 연속으로 연기를 뿜어대며 이렇게 말했다.
"덴장~~ 금연하다가 사람 잡겠다.
걍~ 펴, 펴, 펴~~~!!"
그 뒤로 우린 아직 금연 소리를 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