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사랑하는 이에게

시인 김상훈 2007. 7. 10. 03:47

그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남겨진 시간에 대해

깊은 두려움을 느끼곤 하오

 

지나간 시간보다

남겨진 시간이 두려운 까닭은
그대를 생각하는 나의 생각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향하는

불변의 것에 대해 느끼는

끈끈한 채무감일 터

 

주어진 형벌의 바위를 부정하고

지상에 안주하기 위해
인간의 숙명까지 부정하는

시지푸스의 후예....

 

무슨 까닭인가.

이제 떠나고 싶다.
줄달음치던 욕망의 늪에서

내 명예를 끊고

 

자성의 껍질로

구서구석 닦아낸 내 육신을
들꽃으로 뒤 덮인 무덤에

한사코 잠이 들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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