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무명으로 산다는 건

시인 김상훈 2010. 4. 17. 19:37

 

무명으로 산다는 건

날카로운 도구로 패이거나 깎여도

옹이가 박힌 티눈처럼

자존심만 키워 목이 메는 거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들길에 서서

한 점 획으로 사라지는 빛을 바라보며

무명으로 산다는 건

가장 먼 곳의 붉은 노을처럼

한 짐 서글픔 지고 사라지는 

긴 그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