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도록 짧은 가을 햇살
탱자나무 아래 장독에 빛이 난다.
눈을 들면 내려앉는 파란 하늘
문양처럼 새겨진 백발 구름 눈이 시리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풀 각시 혼례 치르던 뜨락엔
대숲에서 휘돌던 소슬바람 불어와
쓸쓸하기 이만저만 아니다.
그 쓸쓸한 뜨락에 낮 달이 뜬 어느 날
속적삼 벗는 흉내를 내던 정금이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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