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풀 각시 뜨락

시인 김상훈 2009. 10. 13. 03:58

 

 

 

 

서럽도록 짧은 가을 햇살

탱자나무 아래 장독에 빛이 난다.

눈을 들면 내려앉는 파란 하늘

문양처럼 새겨진 백발 구름 눈이 시리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풀 각시 혼례 치르던 뜨락엔

대숲에서 휘돌던 소슬바람 불어와

쓸쓸하기 이만저만 아니다.

 

그 쓸쓸한 뜨락에 낮 달이 뜬 어느 날

속적삼 벗는 흉내를 내던 정금이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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