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그렇게 살아야지

시인 김상훈 2008. 9. 13. 02:41

찰나에 실 눈뜨고

살다 갈 방랑의 뜰

이승과 저승에

절반씩 매밥 던져 놓고

호흡이 멎어

죽음 앞에 다다랐을 때

닫힌 마음, 감은 눈

너무 아프지 않게

죽음을 다스리며 살아야지

 

그리하여 쌓이고 쌓인

회한의 빙벽(氷壁)보다

더 높고 울창한

공과 덕의 탑을 쌓고

인두겁을 쓰고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내 가난한 이웃과

따뜻한 가슴 한 조각씩

나누며 살아야지

 

그렇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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