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막염을 앓는 가을비속에
언젠가 새벽이 익어갈 때
벌판을 걸어가는 달마를 보았다.
거지꼴에 가까운 그는
자연의 한 귀퉁이로 귀소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몸에는 이상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벙거지를 푹 눌러 쓴 그가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이 청일 선생, 어제의 희노애락은 다 거짓이었네.
그러나 오늘의 희노애락은 다 진실이었네.
그러므로 오늘의 희노애락은 내일 다 거짓이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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