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아듀-, 20007

시인 김상훈 2007. 12. 30. 05:12

삶이라는 계단이 벅차,

소금기에 젖은 것처럼 또 한 해를 실기죽 거리며 살았다.

다시는 무엇 무엇을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으리라던 결심도

이 싯점에 이르러선 공허한 낱말들이 되버리곤 한다.

 

어느 산속의 작은 음악회를 다녀오면서 그길로 송정 바닷가로 달려갔다. 

철지난 겨울바닷가.... 모든 사물과 하늘이 무심하게 느껴졌다.

새벽 바닷바람이라 제법 춥기도 하건만, 이상하게 몸엔 훈기가 돌았다.

술기운 탓이리라....

 

뜨거운 커피를 뽑아 마시면서 담배 한 개비를 꼬나물었다.

잠시 내 자신에 대한 효용가치를 생각해 본다.

잉여인간이라는 자괴감이 불쑥 고개를 쳐든다.

해가 거듭될 수록 나와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엷은 회색 파스텔톤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씩 명료하게 제 빛깔을 내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가로등 같았다.

행여 평생 무병배우로 기록될 지라도 절대 잉여인간은 되지 말자....

제발 그렇게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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