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맺는 것마다 사랑은 아니리라

시인 김상훈 2007. 7. 10. 04:01
옛사랑에 대한 흔적은

마치 보도 불럭에 끼인 잔설의 투명한 광채처럼

반짝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반짝임은, 잠시나마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더욱 가슴을 미어지게 하지요.

옛사랑은 그래서 더욱 깊은 기억으로 남으며

혹시나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라는 미망에 취하게 합니다.


평생 함께 갈 인연이었다면 모를까

내생에 잠시 내 곁에서 머물다간 인연이었다면

한 때는 내 삶의 버금가는 소중함이었을 지라도

이제는 사라져갈, 혹은 보내야 할 인연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나에겐 오로지 그대 뿐, 이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서로 좋을 때 주고받는 굿거리 장단입니다.

조금 세월이 흐른 뒤, 가만히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 정말 왜 그랬을까, 라는 의문점이 생깁니다.


단언컨대,

내일부터 더 깊어지면 어쩌나, 라는 두려움보다는

그보다 좀 더 세월이 흐른 내일에는 그저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겁니다.


그리하여 더 먼훗날----,

그 아픔조차도 피식 웃어넘길만큼 무덤덤해진 나에게

치유의 묘약으로 다가온 건, 어떤 이해나 포용이 아니라 

오로지 세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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