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간(肝) 수치

시인 김상훈 2011. 7. 4. 19:19

 

 

잉(孕)이라는 글자 하나 써놓고

반가사유상의 하루분 사유를 펼치니

한 여드레 만에 폭삭 늙었다

아름다운 시구(詩句)의 방점이

무수히 찍혔다 사라진 며칠,

눈부신 아침을 볼 수 없었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밤길을 걸으며

먼지처럼 쌓이는 바람을 만났다

 

선생님 간 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생활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위험한 쪽으로 전이될 거 같습니다

의사의 간곡한 말조차

마치 시어(詩語)처럼 빛날 때

조화옹(調和翁)의 날선 생노병사가

잘 정돈된 이미지로, 내게 다시

生에 대한 깊은 사유를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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