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묘한 궁합

시인 김상훈 2009. 4. 4. 04:20

 

* 맨 식빵하고 김치를 먹을 때, 하여간 나는 맛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 맥주잔에 반드시 오란씨 한 잔, 달걀 노른자위, 흙설탕을 진하게 타서 휘휘 저어 먹는다. 두통이 가신다.

* 무지하게 추운 겨울, 소주에 계란찜을 먹어보라. 찰떡궁합이다.

* 막걸리에 파전이 아니라 번데기를 추천하고 싶다. 고정관념을 깬 등식인데 먹을 만 하다.

* 수프없이 끓인 라면에 고추장을 적당하게 풀거나 된장을 풀어서 먹으면 오장육부가 시원하다.

* 당면을 삶아서 푹 익은 김칫국물에 비벼 먹는다. 죽이는 건 묵은 지를 곁들일 때다.

* 냉면을 먹을 때 가위로 잘라 먹으면 바보다. 가락이 위와 입까지 연결된 상태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

* 물에 불린 동치미를 잘게 썰어 고추장 양념을 한 뒤, 싱싱한 회나 국수를 비벼서 먹으면 그냥 널브러진다.

* 잘게 썰은 청량고추를 간장에 넣고 돌김을 찍어 먹으면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다른 안주 일체 無.

* 맥주잔에 소주 한가득 붓고 한입에 턴 뒤, 깍두기 한 톨 먹으면 항문까지 쩌르르하다. 수십 병은 마신다.

* 맵싸한 된장에 파 숭숭 마늘 탁 시래기 넣고 수제비를 끓여보라. 계절에 관계없이 제철이요 제맛이다.

* 자장면에 식초를 뿌려 먹으면 면발은 지속적으로 쫄깃해지고 짜장은 더욱 깊은맛을 낸다. 

피자, 사이다, 김치는 다소 이상한 조합이지만 몇 조각 더 먹게 된다. 순전히 나만 그런 것 같다.

* 혀가 꼬부라질 정도로 대취하고 나서 마시는 커피. 그것은 노름판에 앉아 마시는 커피 맛과 매우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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