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서랍

정게

시인 김상훈 2009. 4. 1. 03:34



189648 2009-03-25 오전 6:17:05
글제목 그녀는 통장이다
글쓴이 김상훈


앙탈 난 아이처럼 봄바람이 소란스럽다. 남단의 바람은 바닷바람과 늘 몸이 섞인 상태라 엔간한 바람은 바람처럼 여기지 않는데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목련이 그적 육영수 여사의 횡사처럼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아 위태위태 하게 보인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탓일까. 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은 목련이 아니라 건넛집 옥상, 빨랫줄에서 나부끼는 미색의 속옷이다. 요즘 자주 현실이 이완되는 현상을 느낀다. 그럴 적마다 아직 헛것이 보일 나이는 아니라며 긴 한 숨을 내쉬곤 한다.

통장 집 그녀가 그 목련을 휙 걷어간다. 원 터치로 벗고 입을 수 있는 펑퍼짐한 원피스 차림과 부스스한 머릿결 때문인지 그녀는 필경 눈곱이 마르지 않았을 성싶었다. 그 펑퍼짐한 원피스 차림은 출퇴근길의 남편을 대할 때나 더러는 마트까지 입고 다닐 것 같았고 심지어 잠자리에 들 때에도 간단하게 벗을 수 있는 편리한 옷 같았다. 설령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생활을 한다 쳐도 누가 알아챌 수 있으랴마는 18통 통장인 그녀가 어감상 "십팔 통"이라는 것이 싫어 극구 고사하다가 나중에 수락한 것이 19통이라나 뭐라나.









  미디어 링크 자료
통나무집- 소리새

 

 

  COMMENT (18)
이외수
궁뎅이나 방뎅이나^^ 03/25 (06:32)
김상훈 이번 주가 지나면 시간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애국가를 들으면 아직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WBC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개막전 전 세계로 울려 퍼진 애국가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우리 대한의 아들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패자의 진부한 변명거리는 늘 한결같지만, 1회부터 대회방식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챔프는 모두 대한민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중 일어난 잘잘못에 대해서 너무 따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 자랑스럽고 훌륭한 선수들이기에.... 03/25 (06:32)
김상훈 아, 선생님.... 며칠 만에 뵙습니다. 봄바람이 제법 찹니다. 감성마을은 지금 계곡마다 봄바람으로 수런대겠지요. 감기 조심하십시오.^^ 03/25 (06:35)
이외수
저는 통장이 저금통장을 말하는 건 줄 알고 물주 정도로 생각했는데 통반장의 통장이었군요. 하여튼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오늘 이외수의 언중유쾌는 감성편지인데 제목은 태양을 향해 생기를 향해입니다. 한국야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요. 시간 있으시면 한번 들어 보시기를^^ 03/25 (07:30)
묵향(墨香) 저도 선생님처럼 물주..아님 용돈받아쓰는사람 이야긴줄 알았습니다.
언중유쾌는 매번 다시듣기를 해야할것 같습니다.ㅠ
03/25 (08:21)
미나리아재비 오늘도 밤 새우셨나요? ..

서울은 오늘 망구(얼마전 부산 누구한테 배운 사투리. ^^) 겨울입니다.
03/25 (08:59)
유명한남자 와 ~ 여기서 무지 반갑고 소중하신 분들을 다 뵙게 되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궁뎅이나 방뎅이나^^
통장이 저금통장을 말하는 건 줄 알고 물주 정도로 생각했는데
통반장의 통장이었군요. 뭘 더 이야기하겠습니까.

언중유쾌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선생님
03/25 (10:30)
未明 그녀의 원피스는 그 옛날 어머님들의 몸빼바지 같은 게 아녔나 싶습니다. 통장 아주머니, 웬지 많이 정겨운 모습인데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03/25 (10:44)
너도바람꽃 어떤 여자가 통장일까 궁금해 클릭~~ 헐~~
선생님도 낚이신 ㅋㅋ 잼있는 글이네요..
03/25 (10:45)
혜숙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건강도 잘 챙기시고 하시는 일도 잘되시길 빕니다.
03/25 (10:50)
쪽마루 ㅎㅎㅎ 선생님 집에 가보고 싶습니다. 19통 통장님~훔처보게요 ㅡㅡ;; 03/25 (11:16)
ㄴ ㅣ하 ㅎㅎ '십팔 통'이 어떻다고요~ ^^ 03/25 (11:32)
코란도 직업 바꾸셨나요
이토록 맛난 글을 주시다니 ^^
요번주를 계획했다가
정게 식구들과 와인파티가 있어 또 미뤄짐니다
03/25 (11:43)
곰치 통장이 그 통장인 줄 알았습니다.
빼빽히 적힌 숫자는 상상하지 않으렵니다.^^
03/25 (12:10)
유리R 김상훈님, 이 노래 넘 오랜만에 듣네요. 좋아요. 글이 참 맛있어요~~ 03/25 (13:12)
minipin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가끔 두리번 거리고 찾게 됩니다,
저도 목련을 보면 슬픔으로 가신 육여사의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어찌 그리도 단아한 모습이셨는지..그 안타까운 이별이 내내...
03/25 (16:06)
5405
글도 .. 음악도..
씨익 웃으며 아주 맛깔스럽게 잘 읽었습니다^^
03/25 (22:46)
깊은강 요즘은 '통장'도 경쟁률이 높다던데...
'도도한 그녀'입니다. ^^
03/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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