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십 수년전, 내가 구입했던 마틴 D-35는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은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기타 가운데 명기로도 소문나 있는 악기이기도 하다.
명기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타로는 대충 깁슨과 테일러, 그리고 마틴을 들먹인다.
그외에도 몇 가지 악기가 더 있지만 위의 악기와는 다소 질에서 떨어지는 편이다.
같은 급의 마틴이라도 수제로 만든 기타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자주가는 악기점에 들러보면 유리관 속에 마틴 D-45가 그림처럼 서 있는데
매니아들은 만지는 것 조차 죄스러워 그저 눈팅으로 일관하면서 침만 꼴깍 삼키곤 한다.
가격이 자그마치 구백 구십 만원이다.
물론 지구상엔 몇 억, 혹은 몇 십억대에 달하는 기타도 존재한다.
몸통은 D-45지만 장식이 다르다.
자개와 다이아몬드로 치장을 한 그것은 보석값으로 더 비중이 크지만
200년 전, 인디언 화살을 맞아 몸통에 화살구멍으로 뻥 뚫린 당시의 마틴기타는 16억 원이란다.
카다로그를 보면서 한참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림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그 기타는 장인정신과 마틴의 전통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수많은 기타를 접해 봤지만 겉모양은 같은데, 아니 오히려 더 화려한 것도 있지만
막상 줄을 튕겨보면 왜 소리가 다른지, 왜 달라야 하는지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악기는 통이 생명이다.
금관을 제외한 목재로 만든 악기들은 더욱 그렇다.
마틴일가(一家)가 200년 동안 나무에 들인 정성은 실로 대단하다.
그때의 목재를 아직도 소금물에 불리고 음지에서 몇 년 동안을 말린다고 한다.
위 사진 속에 있는 기타가 천 만원짜리 기타다.
어느 가수의 팬카페 정모 때 저 기타를 접할 수 있었고 심장 떨리게 연주를 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제법 긴 이름의 기타라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난 그때 새삼 깨달았다.
명필가가 붓을 탓하랴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목수가 연장 탓하랴 했지만 그 역시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붓과 묵, 화선지가 좋으면 좋을 수록 명필가의 글씨는 더욱 빛이 난다는 것을,
연장이 훌륭해야 훌륭한 목수의 손에 의해서 아름다운 선과 각이 나온다는 것을,
내가 마틴을 들고 뜯거나 친다고해서 내 연주가 마틴급이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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