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思江의 百

시인 김상훈 2009. 3. 4. 04:04

 

                                                                                   <일원화백 작업실에서 思江/ 사진. 가롤로>

 

세상에는 잊혀질 것이 없다는 정정한 웃음 일출에 걸어두고, 창틀 너머 스며드는 사계의 목마름으로 그는 조선의 허리 어디쯤 날고 있을 바람새 찾으러 만날 천날 잠들지 못했다. 때로는 중년의 매듭 굵은 손으로 안경알을 닦으며 온 산야를 혼백이 되어 떠돌 때, 어느 날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라져가는 것들이 빛과 소리로 남아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천수답이 되어 주곤 했다. 처음으로 벚꽃이 피고 처음으로 겨울 숲이 서걱거려도 찬 서리 낀 푸른 바람 데리고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과 잊혀져가는 것들을 찾아 불씨 하나 가슴에 묻어 두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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