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시인 김상훈 2010. 3. 20. 11:12

 

 

나풀거리는 연분홍 치맛자락처럼

아지랑이는

망사 고깔이 바람에 동(動)한 것이다.

 

눈을 들면 보이는 건 바람꽃뿐,

하늘에 붓(筆)질한 나뭇가지

물오른 이끼와 온화한 달빛

아아! 살가워라

 

그리하여 이때쯤이면

그리움에 허기진 앉은뱅이 꽃도

잎새 들목 천년만년 가부좌 튼 바위도

시인의 날개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니체의 페르소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