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아아, 그 옛날

시인 김상훈 2010. 1. 8. 02:00

 

폭설이 내린 겨울밤

눈을 치우기도 전에 얼어붙은 눈밭 위를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던 발걸음 소리.

 

곧이어 들리던

찹싸알~ 떠억~! 메밀묵 사려어~!

 

이불 속에서 듣는 그 소리가

왜 그토록 처량하고 정겹게 들리던지....

 

그러나

그 처량하고 정겨운 소리를

일순간에 거두어가는 소리가 있었다.

 

통금을 알리는

야경꾼의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야릇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아아, 그 옛날

처량하고 정겹고 공포스러웠던 그 소리는

지금 다 어디 가고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