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새벽빛
시인 김상훈
2009. 4. 9. 05:57
밤은 확실히 요기(妖氣)와 같다. 그 요기에 편승하여 더러는 이명에 시달리는 불면의 시간을 보내고 더러는 에드 바르트 뭉크의 꿈 꾸는 겨울스케치처럼 이상(李箱)의 날개를 편다. 그러나 들리는가. 깊은 잠 언저리로 스멀스멀 다가오며 흐느끼는 저 소리. 희미한 불빛들이 궁색한 밤을 몰아내고 파래 속 같은 남빛으로 물드는 시간, 첫닭이 울면 비로소 대지 위에 피는 암화(岩花). 이처럼 새벽은 언제나 미혼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그랬다. 퍽 오래전부터 새벽은 태허(太虛)의 벽공(碧空)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