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맨발로 오는 누이여

시인 김상훈 2009. 3. 14. 05:59

 

 

이렇듯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혈관 속에서 일렁이는

물소리 바람 소리를 그대는 들어보았는가.

꺼질 듯이 있다가도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것이 

결코 등이 휘지 않는 세월과 매우 닮았다는 것을

그대는 쉬이 알지 못하리.

리움이라는 제목 하나 세상에 걸어두고

매운 눈물로 발돋움하여 맨발로 오는 봄이여.

 

사랑했으므로

나의 모든 것이 재만 남았더라도

사랑하지 않아

나무토막으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낫느니,

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렇게 꽃소식 무성한 계절이 오면

언어의 모든 합은 온통 사랑이거나 그리움인 것을,

세상 사람 모두 시인이 되는 것을,

그대는 쉬이 알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