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봄이 오면, 박氏에게
시인 김상훈
2009. 2. 6. 04:36
겨우내 얼었던 산이 풀리면 겉모습 이장과 비슷한 박氏더러 제 엄니 대신 제발 장가들라는 강짜부터 부려야겠다. 팔순 노모와 평생 텃밭에서 보낸 그에게 온누리 따사롭게 비추는 황색 털 봄 햇살로 집 한 채 지어주고, 지난여름 홍수로 허물어진 장독대와 바람에 실려간 뒷간 너와 지붕도 고쳐줘야겠다. 그때쯤이면 풀벌레 통음(通音) 왕성하던 그 멋들어진 담쟁이넝쿨도 성성해진 몸 다시 추스를 테고, 개평으로 평상 하나 슬쩍 만들어주면서 새참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나누어야겠다. 그리하여 사는 것이 지겨워 죽겠다는 그에게 산다는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것을 아지랑이 일렁이듯 넌지시 일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