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수첩

작품을 통해서 얻어지는 무형의 것들

시인 김상훈 2007. 7. 28. 01:31

* 문화회관 중극장 분장실 통로에서  어느 관객에게 붙잡혀 모델이 되는 순간.... 영조役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배우들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긴장 습(濕)이라는 것이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러한 돌출 행동은

그렇게 하므로써 어느 정도 긴장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기는 한다.

 

임신 초기증상의 입덧처럼 쉴새 없이 헛구역질을 해대는가 하면

출연자들의 눈총이 무색할 정도로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미친놈(년)처럼 대사를 중얼거리기 일쑤고

의상과 소품에 온 정성을 들이는 배우들은 거울을 보고 종종 나르시즘에 빠져 든다.

 

자기 것은 하나도 챙기지도 않으면서 다른 배우들 의상과 소품, 그리고 대사와

바디랭귀지에 대해서 요것 조것 따져묻고 요구하고 정정하는 것이 몸에 배인 사람들....

대부분 그런 류의 배우들은 정작 자기 것을 놓칠 때가 비일비재하다.

어디 그 뿐이랴. 하다보면 월권행위도 서슴치 않을 때가 많다.

 

먹는 것으로 긴장을 푸는 배우들은 딱 두 가지 체형이다.

아주 마른 형이거나 제법 몸 근수가 제법 나가는.... 손에는 항상 먹거리가 들려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다른 배우들의 긴장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구석 저구석 다니면서 목을 푼다는 미명아래 꽥꽥 고함을 지르고 다니는 류들이다.

 

배우로써는 당연한 행위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리 지름은, 날카롭게 된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원인이 되며

아무 생각없이 무아의 몰이로 뇌신경을 안정시키고 휴식을 취하는 다른 배우들에겐

괜스레 심장 박동수를 빠르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마임이나 모노드라마를 제외한다면

어쨌든 연극은 출연자들끼리 처음부터 끝까지 약속으로 이루어지는 극이다.

그 약속은 대본을 처음에 손을 쥘 때부터 시작이 되어 최종 공연 커텐콜까지 이어진다.

연극 작업을 통해서 제일 먼저 깨우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인내와 배려, 그리고 협조다.

 

그러나 가뜩이나 멀고, 길고, 험난한 여정에

결정적으로 깨우치지 못하는 화두는 언제나 현실에서의 생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