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낡은 사진

빛바랜 사진 한 장

시인 김상훈 2007. 7. 13. 15:08

* 시립합창단과 협연 中에.... 황제役

 

 

사람들이 간혹, 이미 고인이 된 율머시기 아저씨랑 많이 닮았다고 떠든다.

조금 오래전 시립합창단과 합동공연 때 찍힌 TV화면 캡쳐다.

생방송 도중 이 장면을 목격한 PD가 머리에 쥐가 나도록 필이 꽂혀서 찍었단다.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빛이 카리스마가 넘친대나 어쩐대나....

 

배우수업 초창기를 제외하고

대략 20년 넘게 요 모양 요 꼴을 하고 다녔는데 숨겨진 비화가 제법 많다.

가장 많이 겪는 일상의 불편함(?)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중년 아줌늬들의 합장이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요즘은 그저 같이 합장으로 응수한다.

 

때로는 큰 사찰을 슬쩍 공짜로 들어가는 것이 미안하지만

운전 도중 어쩌다 실랑이가 벌어지면 상대방은 찍 소리도 못하고 주눅이 들곤 한다.

영락 없는 깎두기 행님~~! 쯤으로 취급당하는 곳은 딱 두 군 데다.

간혹 독지가(팬?)의 손에 이끌려 유흥업소엘 가거나 동네 공중목욕탕에 갈 때다.

 

아쉬운 점도 많다.

편견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연출자들의 이상한 거부의식이다.

율브린너, 숀코네리, 부르스윌리스, 니콜라스게이지 류(類)로 보는 게 아니라

쌍 라이트의 조춘이나 커밍아웃의 홍석천 類쯤으로 인식하는 멍청함이다.

 

연극이 마치 내 삶의 버금가는 가장 소중함으로 인식하고 살아온 지난 난들....

어쩌다 한 번씩 영화사나 TV쪽에서 손짓을 했을 때도 모두 거부하곤 우쭐거렸다.

그 우쭐거림은 몰리에르의 천재성이나 사르트르의 냉철한 지성과는 거리가 먼....

돌이켜 보면, 현실적으로 실패한 아버지요 철부지 남편이었다.

 

최근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밀양이라는 영화에 출연 제의를 거부했던 일이다.

그 제의가 싫어서라기 보다 거기에는 말못할 사연이 나한테 숨어 있었다.

행여나 앞으로 이러한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힐 멍석이 깔릴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젠 거부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