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상훈 2007. 7. 10. 06:50
내 낮술 몇 잔 먹었다구

대낮부터 옹알대는 건 아니지만

한 시절, 내가 쬐꼼 잘 나갈 때

나한테 제법 큰 돈 꿔간 놈이


내가 세파에 무릎 끓고

오갈 데가 없어지자

나와의 인연 자체를 싹

머릿속에서 드라이크리닝 하두만.


뽀드득~

이를 갈았더랬지.


세월이 흘러

이가는 것도 신물이 나

이젠 거의 까먹어갈 무렵

느닷없이 그놈의 부고 소식을 접한 거야.

갑자기 모든 게 허망해지두만.


놈이 죽기 전까지, 암 선고를 받고도

되지도 않는 출판사 하나 살려보겠다고

아둥바둥, 버그적 거렸다는 뒷담화를 듣곤

허망함은 둘째 치고 그래,

죽으니까 그냥 다 끝이구나 싶더군.


사랑도 미움도, 애증도 원한도

희망도 절망도 죽음 앞에서는

다 헛것이라는 거.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지.

어차피 인생이 다 그런 거라면

아득바득 너무 독하게 살지 말자.


내 앞에 놓여 진 그릇의 크기만큼 살자.

내 앞에 다가오는 시절과 연에 만족하자.

내 앞에 찾아온 요만큼의 행운이라도 붙잡고 살자.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지더군.

남들이야 나를 어찌 보고 어찌 평가를 하든

내가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는 데야 무슨 대수랴.

 

 

*---- 친구 놈 부고 소식을 들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