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상훈 2007. 7. 10. 05:18
 

우리 할아버지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였어요. 내가 정말 할아버지가 미웠던 적이 있었는데 째지게 가난한 집구석에서 뭐 폼 잡을 일 있다고 뻑 하면 양복 좍 빼입고 나들이 갈 때였죠. 빤하죠. 개폼잡고 방귀 좀 뀐다는 놈들이 들락거리는 명동에 있는 다방 출입이었습니다. 귓등으로 얼핏 들은 이름 가운덴 글쟁이 박인환이가 어쩌고도 있었어요. 할머니는 그때 날품 팔아 뼈 빠지게 일을 하시고....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내가 대가리 커서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곳이 명동 쉘부르였으니까요. 니미럴, 그놈의 광대 피는 속일 수가 없었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