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상훈 2007. 7. 10. 04:39
 

알코올 기운이 온몸을 짜하게 도는 순간이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아주 먼 옛날의 꼬맹이 시절로 돌아갔다.


해질녘까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놀다가 들어오면

없는 반찬에 밥을 먹인 뒤, 목욕을 시키고

빳빳하게 풀을 먹여 다린 깨끗한 이불호청에 나를 뉘이던

우리 할머니의 그 안온한 냄새와 이불호청의 사각거림이

장모님께서 누워 계시던 그 자리에서 소롯이 되살아났다.


연극배우라는 직업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상세히 알 턱이 없지만

어쨌든 배우라는 사실 하나로 사극만 나오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우리 사우는 운제 나오능 겨?.... 하신단다.


어제 인천을 떠나면서

평소보다 몇 배나 긴 포옹으로 인사를 올렸다.

아주 납작하게 쭈그러진 어머니의 젖가슴이,

나를 태운 차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오두마니 서 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 이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