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당신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껴 보시우.
발라드나 트로트를 부를 때
그것을 마치 성악하듯이 부른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소.
내가 조금 젊은 나이테쯤에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내 깐엔 황진이를 찾아보겠다고 적잖이 헤맨 적이 있었지요.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그처럼 갈망하는
영적세계의 도반을 만나겠다는 지금의 생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노릇일터....
한 때는 내가 당신을 그렇게 생각했던 듯싶소.
헌데, 당신 마음(경계와 선)의 갑옷이 너무 두텁구려.
온라인에서 증폭된 궁금증의 잉여가 오프의 만남이라면
그 모임은 우선 글보다 말로써 좀 더 편해보자는 의도이고
자연스러움의 가장 진솔한 몸짓은 곧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때로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하물며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보여 진 그 몸짓과 언어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그러한 인물을 만나기란 평생 화두가 될지 모릅니다.
인연이 쇠하면 언젠가는 떠날 것은 자명한 이치겠지만
나는 이곳, 익명의 섬에서 도반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몇 분 만났지요.
아직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거나, 모임을 통해서 본 사람이지만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영 달라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허나 사람을 알려면 최소한 십 년간의 습작기간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관찰자의 시점이 아니라 내가 철저하게 깨져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지니고 있는, 내 마음의 그 경계와 선부터 깨버리시길....